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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0, 2020

한재권 교수 “사람과 로봇은 공존해야 할 관계다” -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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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쉽고, 로봇에게 어려운 일이 인간에게 쉽게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밸브를 열고 잠그는 일이 사람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지만, 로봇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를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고 합니다”

최신 과학 트렌드를 국민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온라인 행사로 기획된 ‘과학자와 국민 간 소통 포럼’이 열리고 있는 현장. 강연자인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한재권 교수 ⓒ 유튜브 영상 캡처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주최로 지난 20일 온라인상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국민과 과학자를 연결해 주는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우리나라를 과학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진화한 재난 로봇

한재권 교수는 모라벡 역설의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꼽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처음에는 사람이 아닌 로봇을 투입했다. 그런데 투입된 로봇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동 조작을 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한 교수는 “발전소 내부는 파괴된 장비와 무너진 구조물로 가득했기 때문에 흡사 미로와 같은 상황이었다. 결국 통신 범위를 벗어난 로봇으로는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이 투입됐다”라고 밝혔다.

사람이 투입된 현황 파악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엄청난 방사능이 문제였지 파괴된 장비와 무너진 구조물을 피해 발전소 내부를 점검하는 것은 사람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로봇에게는 바닥에 쌓인 돌덩어리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사람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이 쉬운 일이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로봇업계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라고 회고하며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전 세계 로봇업계는 재난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의 형태와 기능을 새롭게 바꿀 수 있었고, 결국에는 세계 대회까지 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라고 소개했다.

로봇 챌린지 대회에서 밸브를 잠그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로봇 ⓒ DARPA

실제로 미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한계를 보여준 로봇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듬해인 2012년에 재난 로봇 개발 경진대회인 ‘DRC(DARPA Robotics Challenge)’를 개최했다.

우승상금만 200만 달러에 달하는 DRC에 참가하고자 전 세계 내로라하는 200여 개의 로봇 개발팀이 몰려들었고, 주어진 8가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국 3차 라운드까지 시합을 벌인 끝에 우리나라의 KAIST가 개발한 로봇인 휴보(HUBO)가 영예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DARPA가 대회 당시 내세웠던 8가지 임무는 사람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 운전 △자동차에서 내리기 △문 열고 들어가기 △벽 드릴로 뚫기 △쏟아진 벽돌 헤쳐 나가기 △계단 오르기 등의 임무를 완료하기만 하면 끝이다.

한 교수는 “사람이 하기에 비교적 쉬운 일이라는 것은 약간의 임기응변만 있으면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하며 “하지만 로봇에게는 이런 임기응변이 없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극한의 임무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사람과 로봇은 배척이 아닌 공존의 관계

DARPA의 Robotics Challenge 대회 이후 참가했던 로봇들의 수준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가령 첨단 로봇 개발업체로 유명한 미국의 Boston Dynamics는 눈이 쌓인 산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로봇업계를 놀라게 했다.

한 교수는 “이전까지만 해도 두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이 눈길을 제대로 걷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밝히며 “미끄러운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 기술이나 빛이 눈에 반사되어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 등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산업의 발전은 기술과 함께 제도 및 법규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 한 교수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안전한 로봇에 한해 사람과 같이 지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8년에 사용이 승인된 로봇에 한해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카페에도 드립 커피를 내려주는 로봇이 선을 보이는 등 일상 속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눈길에서도 자연스럽게 걷는 로봇은 진일보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 Boston Dynamics

“로봇이 발전해서 인간의 직업을 빼앗지는 않을까?”라는 시청자의 질문에 대해 한 교수는 “단순한 작업 같은 경우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모든 일을 로봇이 가져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그로 인해 직업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운 산업의 등장에 따라 로봇이 할 수 없는 영역이 반드시 생길 것이고 그런 영역을 사람이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한 교수는 “결국 로봇은 사람과 같이 일하는 진화된 도구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사람은 새롭고 창의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일을 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모라벡의 역설을 염두에 두고 그런 추세에 발을 맞춰주기 바란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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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1, 2020 at 05:2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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