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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4, 2020

트럼프는 알까…美·中 관계는 `승자독식` 아닌 `공존공영`임을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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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헨리 폴슨은 미국 재무장관 취임 후 첫 중국 방문 도중 항저우의 시후 국빈관에서 나중에 국가주석이 되는 시진핑을 만났다. [사진 출처 = 블룸버그]
사진설명2006년 9월 헨리 폴슨은 미국 재무장관 취임 후 첫 중국 방문 도중 항저우의 시후 국빈관에서 나중에 국가주석이 되는 시진핑을 만났다. [사진 출처 = 블룸버그]
중국의 경제 기적을 목격한 인물이 미국 경제를 주무르는 재무장관이 됐다. 금융위기를 통과하며 2006~2009년 미국 74대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M 폴슨 주니어 이야기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1999~2006년)에 오르기 전 그는 중국 개혁개방 초기부터 중국 국영 기업들의 기업공개를 주도하며 중국 경제를 세계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장쩌민, 주룽지, 후진타오, 시진핑까지 중국 지도자와 각별한 관계를 이어갔고, 2007년 금융위기 발발 당시에는 경제 참사를 막기 위해 중국과 협력을 꾀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가 1992~2014년 100여 차례나 방문하며 중국과 상대했던 경험을 담은 회고록이다.

서문부터 다소 놀라운 예측이 나온다.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주체로 부상할 것이며 미국을 거의 150년 동안 지켜온 자리에서 밀어낼 것이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 중국의 발전을 위협으로 느끼는 이들에게 이렇게 일침을 놓는다. G2의 갈등은 지난 40여 년 동안 양국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번영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냉전의 평화적 종식도 이뤄낸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심지어 `미국을 넘는 패권국가가 되는 것을 중국인이 정말 원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투키디데스 함정`처럼 신흥 강국이 기존 강국과 부딪쳤을 때 갈등을 피할 수 없었던 역사는 불변의 법칙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그는 미·중 관계에는 `피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정치가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 경제 성장과 기후 변화,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인류 공통의 목표를 위해서는 두 나라가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고 경제적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도 2015년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에서는 두 나라 간 갈등이 점화됐다.



이야기는 1997년 2월 덩샤오핑의 사망 직후 온 나라가 애도에 빠진 가운데 주룽지 국무원 부총리와 비공개 면담을 하러 베이징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수억 명을 빈곤에서 탈출시키고 20년 동안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덩샤오핑의 죽음으로 장차 중국은 어디로 향할지 세계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골드만삭스 최고운용책임자였던 그는 중국 지도자들에게 개혁과 4개월 뒤로 다가온 홍콩 반환 문제가 최우선 순위임을 알고 있었다. 중국은 홍콩에 주식을 공개해 중국 통신 산업을 구조조정하길 원했다.

자광각에 마주 앉은 주룽지에게 그는 경제 개혁이 중국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그 과정에서 국유기업을 현대화하고 재정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겼다. 즉석에서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하는 인상을 준다면 최악의 결과를 부를 가능성이 컸다. 그는 주룽지를 `망치`로 평가한다. 황당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뜻이다. 어떻게 도이치텔레콤을 상장시켜 옛 동독의 통신 산업을 견인할 자금을 마련했는지에 관한 이야기에 주룽지는 큰 관심을 보였다.

"1997년은 중요한 해입니다. 통신 산업 개혁은 홍콩 반환에 맞춰 홍콩에서 시작돼야 하며 중국 통신 산업 전체의 발전을 촉진할 촉매가 될 것입니다."

아시아 외환위기라는 암초를 겪고도 상장 첫날 42억달러를 조달한 기업공개의 성공으로 골드만삭스는 중국 시장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된다. 폴슨은 중국은행, 페트로차이나 등을 성공적으로 상장시켰고, 중국과의 비즈니스에 관한 한 최고의 적임자임을 증명했다.

그는 1992년 장쩌민과 만나 중국 개혁개방의 비결을 알게 됐다. 그해 올림픽 수영에서 중국이 금메달 4개를 딴 걸 칭찬하자 장쩌민은 "중국인의 몸에 외국인의 기술을 접목한 결과"라고 답했다. 19세기 청의 관료 장지동에게서 인용한 이 말은 중국이 몇십 년간 급성장한 배경을 설명해줬다. 그들의 거대한 창고에서 인적 자원과 억센 근육을 꺼내 서방 세계로부터 구걸하거나 빌리거나 도둑질한 지식과 혁신을 결합시키는 방식이었다. 이 책은 투자은행이라는 서방에서 날아온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이 주룽지의 경제 개혁과 맞물려 어떻게 활활 타올랐는지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낸다. 국유기업의 철밥통이 깨지면서 10만개 넘는 국유기업이 구조조정됐고, 그 희생 위에서 중국은 201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해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났다.

폴슨이 알려주는 중국과의 거래법이 이 책의 백미다. 폴슨에 따르면 중국과의 거래는 공산당과의 거래를 뜻했다. 공산당은 정부와 지도자와 모든 기업까지 지배했다. 동시에 경제적 번영은 공산당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원천이었다. 그들이 당의 권력을 유지하는 대가로 `경제적 기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거래를 맺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렵기만 하고 이익이 되지 않는 일조차도 부탁이라면 흔쾌히 들어줬다. 이는 더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 신호와 상징을 중시하는 문화의 특징을 이용해 2003년 사스가 발병했을 때 베이징에 방문한 서방 최초의 최고경영자로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후한 점수를 딴 비결이다. 그는 사업과 연관된 모든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었고 인맥을 총동원해 최고위 간부를 만났다. 고위층 인맥이야말로 사업의 성공 보증수표였다. `회의 상석에 중국을 앉혀라` `중국의 현실을 반영한 방식으로 행동하라` 등 중국 시장에서 황금을 빚어낸 자신의 협상 비결 또한 생생하게 알려준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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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4, 2020 at 02:5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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