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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이 특기요 ‘답정너’가 취미인 사람과 마주 앉아 있기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고 겉으로 표현을 하자니 예민충, 진지충, 감성충으로 몰릴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선을 넘어오는 상대의 무례함에 치진 사람들,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적 공감만 하는 상대의 무신경함에 할 말을 잃은 이들에게 시원한 심리 처방전을 내린 정신과 전문의가 있다.
신간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라는 제목을 보고 ‘누가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쓴 것이냐’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거였구나!’ 했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런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반응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솔직히 이 정도로 빠른 피드백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진료실에서 만난 분들 중 상당수가 그때마다 제가 객관적인 상황을 보고 ‘당신이 예민한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하는 거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크게 공감을 하세요. 그래서 이 말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겠구나 생각을 했죠. 공허함의 이유를 깨닫는 거죠.
- 안 그래도 요즘 관계의 공허함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친구인지 적인지 잘 구분이 안 가는 프레너미들 때문이죠. 프레너미란 friend(친구)와 enemy(적)의 합성어인데, 친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친구인지 적인지 모호한 상대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그들이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보세요. ‘모두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고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해서 이렇게 해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람을 아주 예민하게 만드는 말이죠.
- 아, 나 자신이 원래 예민한 게 아니라 상대가 예민한 상황을 만든다는 말씀이신 거죠?
물론 타고난 기질과 성향이 예민한 사람들도 있어요. 그분들은 센스티브한거고요. 제가 말하는 예민함은 상황과 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민해지는 상태에요. 시도 때도 없이 선을 넘어오는 무례한 사람과,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적 공감만 하는 무신경한 사람들은 엄청 다크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타인의 에너지를 훔쳐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정서적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감정 뱀파이어와 같죠.
저는 감정 뱀파이어를 감정 착취자라고도 부르는데, 그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타인의 시간과 노력, 정성과 배려를 훔쳐 가요. 자신의 무례함을 상대의 예민함으로 둔갑시키고, 자신의 배려 없음을 상대의 옹졸함으로 덮어씌우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죠. 논리적 대안, 합리적 의심, 진정한 위로라고 속삭이는 사람들의 말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어요. “네가 나보다 잘되면 내가 너무 속상하니까, 너는 계속 불행했으면 좋겠어”.
- 타인의 불행을 발판 삼아 자신의 행복을 확인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렇죠. 감정 착취자들은 염장 지르는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자극해 예민하게 만들어 놓고, 상대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선을 넘었다’고 표현하면 ‘유별나다’ ‘예민하다’ ‘감성적이다’라고 화를 내요. 예민함이 싫다면 선을 넘지 말아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만큼 필요한 게 바로 심리적 거리 두기에요. 서로가 자신의 감정 영토를 지킬 힘을 키워야 합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관계를 맺으려면 내가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인지, 잘 지내고 싶은 것인지를 먼저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스스로가 수직적 관계를 구축하게 만들거든요.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버거운 상태에요.
- 마지막으로 관계 등가교환의 법칙이란 표현을 하셨는데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모든 관계에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진료실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밑천으로 도박을 하려는 사람을 많이 봐요. 그런데 타인의 인생을 담보로 게임을 하려면 자신의 인생도 같이 걸어야 해요. 그게 관계 등가교환의 법칙이죠.
‘선택적 공감자에게는 경계선을, 무례한 사람에게는 단호함을!’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로 3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바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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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1, 2020 at 07: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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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관계가 공허한 이유, 예민함이 싫다면 선 넘지 말아야”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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