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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31, 2020

아베 사임과 韓日관계 정상화 과제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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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장 재임 총리 기록을 남긴 채 지난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재임 7년 8개월이라는 장기 집권 기간의 한·일(韓日) 관계는 ‘최악’으로 평가받는다. 제대로 된 정상회담 한 번 없이 느닷없이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로 한국경제의 목을 죌 만큼 역대 총리 중 가장 한국을 싫어한 총리였다고 볼 수 있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한국과의 대화는 아예 문을 닫아 버렸다. 한국 정부도 이런 부당한 조치에 맞서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하려 했으나, 미국의 중재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재임 중 군사력 증강을 가장 크게 한 총리로 일본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공격형 무기의 상징인 항공모함을 2척이나 보유한다고 선언했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북한이 가장 두려워 하는 재래식 무기 중 하나인 F-35 전투기를 147대나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22척 체제인 잠수함도 연습함을 포함하면 30여 척이 돼 우리의 잠수함 능력을 압도한다. 우리는 경(輕)항모사업과 함께 F-35 전투기 80기를 도입하는 정도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를 군대화하기 위한 평화헌법 제9조 개정에 과거 그 어느 총리보다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반대 여론에 부닥쳐 필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총리직을 그만두게 되자 사임 기자회견에서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느낀다고 했다. 그만큼 보수 우익 중의 우익 지도자였다. 그의 결단으로 일본은 우주군을 창설하고 킬러 위성의 개발을 시작했으며, 상대국 무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전자전기의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청년 장교’라는 별명을 지녔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를 능가할 정도로 군사대국의 길을 열어 놓고 총리직을 떠났다.

향후 누가 후임 총리가 되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보상이 합의되지 못하면 아베가 취했던 대한(對韓) 적대시 정책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냉랭하기 그지없는 한·일 관계가 될 것이다. 한·일 관계가 좋지 못하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동북아의 역학 구도에서 북한·중국·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관계가 좋은데 비해, 한·일 관계가 삐걱거리고 한·미 관계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썩 좋은 관계가 아니다.

오는 11월 대선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속내가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어떻게든 우호적인 방향으로 잘 풀어 나가야 한다. 그것은 국익을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중요한 국가 책략이다. 중국의 대(對)한반도 입김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만큼 한·일 관계가 좋아야 한·미·일 3국 관계도 좋아지게 된다. 이는 한국의 평화와 번영에 지극히 중요한 외교 전략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이후 전쟁이 없었다. 전 세계 국가들이 풍요를 구가하는 한·일 양국을 선망하는 것도 한·미·일 관계가 잘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 후임이 누가 되든지 한국은 일본과의 대화 체제를 공고히 하여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맺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곧 국익(國益)을 위하는 길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과의 관계에서 양국 소통의 파이프라인을 두 나라 국회 외교로 기초를 다져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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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1, 2020 at 09:5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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