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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ly 19, 2020

지도자와 참모의 이상적인 관계는 - 매경프리미엄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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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29] 국가나 기업이 성공하려면 지도자와 참모의 관계가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특히 참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도자가 잘못된 길을 갈 때 제동을 걸어야 하는 동시에 지도자가 의욕을 잃지 않도록 고무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의 경우가 많습니다. 지도자의 권위에 눌려 올바른 말을 못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참모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래서는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제환공과 관중은 환상적인 조합이었습니다. 제환공이 여러 제후들을 모아 거행한 규구 맹약 직후 일어난 사건은 지도자와 참모의 이상적인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당시 제환공은 연이은 성공에 취해 종주국인 주나라 천자만 할 수 있는 봉선(封禪) 의식을 주도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회맹이 끝난 뒤 제후들이 모인 자리에서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태산에서는 봉(封)이라는 제사를 올리고 양보산에서 선(禪)을 올린다는데 지금 두 산은 모두 제나라 영토 안에 있소. 그러니 과인이 천자의 총애를 받아 성대하게 봉선 의식을 주관하고 싶은데 여러 제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막강한 힘을 가진 제환공이 하는 말이라 어느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모두 불쾌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권력이 강해도 천자의 고유 권한을 넘보는 것은 당시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환공이 봉선을 강행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주나라 태재가 몰래 관중을 찾아와 따집니다. "봉선 의식은 제후의 신분으로 말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제나라 재상인 당신은 어찌 환공께 간언을 올리지 않았습니까?" 틀린 말이 아니라 관중은 잘못을 시인하고 주군을 설득해 보겠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환공을 찾아 설득에 나섭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주상께서 봉선을 올리시고 싶은 마음이 진심입니까?" "어찌 진심이 아니겠소." "지금까지 봉선을 올린 사람은 72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하늘의 명을 받은 뒤 봉선을 올렸습니다." 관중의 이 말에 제환공은 발끈 화를 내며 몰아붙입니다. "과인은 남쪽을 정벌해 소릉에서 웅산을 바라보았고 북쪽으로 산융과 고죽을 정벌했소. 서쪽으로 대하를 거쳐 유사를 지났고 태항산까지 갔지만 제후들 중 아무도 내 뜻을 거스르는 사람이 없었소. 과인이 병거를 거느리고 회맹을 한 것이 세 차례, 정식 의관을 갖추고 우호의 회맹을 한 것이 모두 여섯 차례였소. 옛 왕들이 천명을 받은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이오?"

자신이 모시는 윗사람의 뜻이 강력하지만 관중은 설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차분하면서도 근거가 명확한 전례를 제시하며 환공의 논리를 반박했습니다. "옛날 하늘의 명을 받은 제왕은 먼저 좋은 징후가 있었습니다. 이삭이 한 줄기에 여러 개 달린 기장이 나타났고 한 뿌리에서 세 줄기로 돋아난 띠풀이 자랐습니다. 상서로운 동물들이 부르지 않아도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솔개와 올빼미만 자주 날아들고 곡식은 자라지 않아 쑥덤불만 무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봉선을 올리려 하신다면 여러 나라 지식인들이 주군을 비웃을 것입니다." 통렬한 비판에 화를 낼 법도 했지만 제환공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분은 나쁘지만 관중의 충언을 받아들인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제환공을 패자로 만든 덕목입니다.

그러나 회맹을 끝내고 귀국한 후 관중은 완전히 다른 태도로 군주를 보좌합니다. 환공이 지나칠 만큼 사치스럽게 꾸미고 재물을 탕진하는데도 충언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오히려 자신도 화려하게 저택을 짓고 흥청망청 생활하며 백성들로부터 욕을 먹었습니다. 평소 관중답지 않은 행동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절친한 친구인 포숙입니다. "주상께서 사치한다고 자네도 사치하고 주상께서 참람된 행동을 한다고 자네도 참람된 행동을 한다면 어찌 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 이에 대한 관중의 답변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참모와 지도자의 관계가 어느 수준까지 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주상께서는 수많은 노고를 아끼지 않고 공적을 이루셨으니 잠시 즐거운 일에 빠져드신 것뿐이네. 옛 예법으로만 옭아맨다면 괴로움 때문에 나태한 마음이 생길 것이네. 그래서 나는 잠시 우리 주상을 위해 그 비방을 나누어 받도록 하는 것이네."

장융 알리바바 CEO /사진=로이터연합

▲ 장융 알리바바 CEO /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기업 중에 비슷한 사례는 알리바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창업자인 마윈과 그의 후계자 장융이 그렇습니다. 장융은 알리바바의 위상을 높인 광군제의 주역입니다. 광군제는 파격적인 할인으로 단 하루만에 수십 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행사로 유명하죠. 마윈과 장융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합쳐 시너지를 올리는 방식으로 알리바바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외향적 성격으로 세일즈를 잘하는 마윈과 달리 장융은 조용하게 성과를 올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윈이 비전을 제시하면 장융은 그것을 실현시켰던 것이죠. 제환공과 관중, 마윈과 장융은 지도자와 참모의 이상적인 관계가 위대한 국가와 기업을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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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 2020 at 04:0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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