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미 이화익갤러리·최수인 아트사이드갤러리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세상 모두는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살면서 수많은 관계가 시작되고 끝나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행복도 크지만, 상처와 고통도 따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이때, 관계의 기억과 감정을 캔버스에 담아낸 전시가 나란히 열린다.
박상미 개인전 '모르는 계절'은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오는 10일 개막한다.
작가는 무채색 수묵과 화려한 배경을 대비시켜 식물이 있는 공간을 그려왔다. 그림 주인공 격인 식물을 먹빛으로, 주변을 강렬한 원색으로 칠한다.
두 그림을 합친 듯한 작품에서 무채색 식물이 총천연색 배경에 눌려 보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뻗어 나가는 먹색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도 엿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와이 등의 이국적인 풍경 속 식물을 자신만의 색깔로 화폭에 담았다.
박상미의 식물 그림은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자신에게 큰 사랑을 베푼 외할머니가 정성껏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정원은 사라졌고, 영원할 수 없는 관계와 존재를 생각하면서 식물을 그렸다.
작가는 어떤 환경에서도 뿌리내리고 자라는 식물에서 수많은 관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도 발견했다. 무채색 식물은 작가 자신을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작가는 "힘들었던 시절 아스팔트 사이로 자란 잡초를 보고 나 자신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현실이 초라하고 우울하더라도 무성하게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과 생명력을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꽃이 화면에 떠다니는 듯한 '부유하는 관계', 꽃은 지지 않지만 생명이 없는 조화로 표현한 '기약없는 관계'도 관계를 다룬 신작이다.
박상미는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석사,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6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한국화 부문 대상을 받았다. 4년 만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6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는 최수인 개인전 '페이크 무드'가 개막했다.
최수인은 관계에서 비롯된 상처와 괴로움 등의 감정에 더욱 집중한다.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표현주의 기법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 거기서 파생되는 심리적인 문제를 그린다.
작품에 작가의 심리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어떤 장면인지 한눈에 이해하기 어렵다.
산, 바다, 하늘 같은 환경이 있고 작가가 만든 어떤 생명체도 등장한다. 털 달린 새나 짐승처럼 보이는 생명체는 특정 존재를 표현한 것은 아니다. 자신일 수도 주변 사람일 수도 있는 이미지들로 작가는 캔버스에 상상 속 장면을 펼친다.
주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을 다루지만 색감은 밝다. 화려한 색이 어두운 마음을 더 극적으로 나타낸다.
대학 시절인 2009년부터 관계에 대해 그렸다는 작가는 "나는 굉장히 솔직한 편이었는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나 같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 전공으로 학사와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전시는 7월 11일까지.
doubl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6/07 09:00 송고
June 08, 2020 at 04:3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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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아픔, 그림에 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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